21세기 지식 기반 사회의 국가 경쟁력은 인재에 달려있다. 파레토의 법칙처럼 상위 20%가 경제뿐 아니라 과학 분야에서도 사회 발전에 책임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2년 영재교육진흥법을 바탕으로 공교육 분야에서 영재교육을 실시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2003년부터 시작된 제1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이 완료되는 시기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전 학생의 1%까지 영재교육 대상자를 확대하는 제2차 종합계획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의 영재교육 현황을 점검해 봐야하는 시기이다. 이에 본지는 해외 각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의 영재교육 현황을 점검해보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달리던 자동차가 콘크리트 벽과 충돌하는 것보다 짚더미에 부딪히는 게 손상이 적은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충격량은 물체에 작용한 힘과 그 힘이 작용한 시간의 곱인데 충격력은 힘이 작용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커져요. 짚더미는 충돌 시간이 더 길기때문에 충격이 적어지는 거죠."
미국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에 위치한 노스웨스턴대학 영재개발센터 물리 수업. 여름방학 동안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의 초·중·고교생들이 모였다.
과학기술부와 국제과학영재학회는 전국 대학 부설 과학영재교육원에서 수업 중인 초·중·고 학생 27명을 선발, 이곳에서 지난달 16일부터 3주간 이 대학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은 지난 20여 년간 여름방학을 이용, 전 세계 영재 학생들을 위해 수학 과학 인류학 건축학 등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 수준 높은 학문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대학도 영재교육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는 곳이다. 이 대학의 영재교육자원연구소(GERI)의 영재프로그램은 참가 기준이 미국 내에서 까다롭기로 이름나 있다. 지원자들은 에세이는 물론 기본적으로 수학 및 읽기 성취도 검사에서 90% 이상의 성적, IQ 125, 학년 평균 성적(GPA) A- 또는 B+를 받아야 한다.
퍼듀대학 영재교육센터 김희정 연구원은 "IQ가 120 이상 되는 것은 기본이고 교사 추천을 비롯해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에 열정을 보여야 한다"며 "까다로운 조건에 자비를 써야 되지만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는 학생들이 넘쳐난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수학 과학에 대한 학습력이 떨어진다고 알려진 미국이지만 오래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의 영재교육은 1860년 세인트루이스에서 시작됐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2년 '마랜드 보고서'에 특수교육의 하나로 영재교육이 포함되면서부터다. 1988년 영재교육법이 제정돼 주정부 내에 영재교육과를 두고 프로그램 개발과 재정지원을 대폭 확충했다. 현재 50개 주 상당수가 영재교육을 의무화해 국가적 차원에서 재정과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퍼듀대학 영재교육센터 부소장 레베카 만 씨는 "영재교육에 획일적인 정책은 없지만 초·중학교에서 영재들을 위해 종일 또는 하루 몇 시간 등 다양한 형태로 지도하고 있다"며 "우리 주에서는 영재교육 관련 자격증을 가진 교사를 선호하는데 이처럼 많은 지역에서 영재교육 담당자들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 프로그램은 평소에는 방과후나 주말에 집중적으로 운영되거나 인터넷 등을 활용한 원격 수업으로 진행된다.
노스웨스턴대학 영재교육센터 부회장 수잔 호프만 씨는 "중·고교 학생들의 경우 대학과정을 미리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선수과목이수제를 통해 학점을 받으면 이를 대학에서 인정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영재교육 내용도 아동 각자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관심에 맞춰 적절한 과목을 선택,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아이가 즐거움을 느낄 때 각자의 창의성이 계발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스웨스턴대학의 경우 탐정과정, 글짓기, 엔지니어, 예술, 건축 등 몇 가지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영재의 종류가 지능과 학업우수자에서 흥미, 성격적 특성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호프만 씨는 "미국 영재교육의 목적은 타고난 영재를 선발하는 게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서 영재적 행동 특성을 끌어내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분야를 접하도록 하는 한편 공부에 흥미를 유발하도록 집중시키는 심화학습을 지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려운 수학·과학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기보다는 창의적인 시도, 형사체험 보고서 등 다양한 결과물을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호프만 씨는 영재교육을 제대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영재를 지도할 우수한 교사들을 선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스웨스턴대학이 선발하는 영재 지도 교사 대상은 교사자격증 소지자다. 대학 측은 지원자의 경력과 교육 프로그램을 서면으로 분석한 뒤 소속 학교의 학교장을 만나 상담을 한 후 영재 지도 교사를 최종 선발한다.
퍼듀대학도 교사자격증을 갖춘 교원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하거나 GERI 프로그램 보조교사로 참여한 교육학과 학생 중 인터뷰를 거쳐 선발한다.
퍼듀대학은 일선 초·중·고에서 영재교육을 담당하고자 하는 교사를 직접 양성하기도 한다. 대학 측은 매년 6월 말 일반 교사, 영재 교육 코디네이터, 영재 지도 교사, 교육과정 전문가, 교장, 상담교사, 교육대학생, 심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자들을 대상으로 30개의 집중과정과 6개의 특별워크숍, 다양한 소그룹 미팅을 진행한다. 영재교육의 기본 개념부터 수업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이론과 활동까지 다양하게 지도하며 영재 교육 전반, 영재 학생의 사회적·감성적 측면, 특별 커리큘럼, 적절한 개별학습, 효과적인 수업 방법 등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이밖의 미국 대학들도 교사자격증이 있는 사람이나 교육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영재 교사 자격증 프로그램을 운영, 영재교육에 관한 기본 학점을 이수하고 현장실습을 하도록 하고 있다.
21C인재강국을 만든다 <상> 미국 영재교육 현황 아이의 특성에 맞춰 타고난 영재성 개발 '최우선' 상당수 주정부 영재교육 의무화·국가 지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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