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학교 이상복교수)
중년기의 부부관계
강남대학교 이상복 교수
부부관계는 인간관계의 가장 핵심적이고 중추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중년기 부부의 가장 큰 변화는 부모로서의 역할과 의무 속에서 바쁘게 살아오다가 중년기에 이르면 자녀들이 독립하게 되고 부부관계에 대해 다시 재평가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자녀가 성장하여 부모를 떠나게 되면 부부관계에 대한 새로운 의미가 부각되어지게 되며 일상적인 가정 내에 역할의 재편성이 불가피하게 된다. 자녀에 대한 책임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활에 몰두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자유감을 맞보게 됨으로써 결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아내가 먼저 어떤 변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녀의 성장이나 독립으로 중년기 여성은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히게 되고 집 밖에서의 활동을 추구하게 된다. 또한 중년기에 출현하는 묻혀있던 반대 성의 영향으로 아내는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이 되어 남편과의 관계에서 순종적인 역할을 거부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남편은 가족 내의 권위약화와 직업생활 위축 등을 경험하게 되며 아내를 떠나 순종적 역할이 가능한 다른 젊은 여성을 찾아나서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부부간의 성역할 변화를 Sheehy(1995)는 ‘성역할의 다이아몬드형 변화(The sexual diamond)’라는 제목으로 흥미롭게 묘사하였다. Sheehy에 의하면 10세경까지는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은 서로 유사하다가 사춘기에 이르러 남녀의 차이가 나타나며, 30대 후반이 되면 남녀간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40대 이후 중년기에 묻혀있던 여성 속의 남성성(Animus)과 남성 속의 여성성(Anima)의 출현으로 남녀모두 양성성으로 발전하다가 50대에 이르러 다시 유사해지면서 엄격한 역할 구분이 사라지고 60대에는 거의 동일하게 되어 드디어 상호 수용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또한 Sheehy는 이러한 성역할 이외의 생활에서도 이러한 다이아몬드 모양을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즉, 부부는 서로 각기 직업에서의 역할이나 가정적 역할 등을 수행하느라 자녀의 성장이나 독립 전까지는 의사소통이 거의 없이 서로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생활을 추구하다가 자녀의 성장이나 독립 이후 비로소 상호 경험과 역할을 공유하게 되고 60세경에 이르러서는 서로 거의 유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년기 부부의 결혼만족도를 살펴보면 결혼만족도는 주로 의사소통의 관점이나 상호작용론적 관점 그리고 가족생활주기 관점에서 주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Turner(1982)는 결혼만족도는 부자간 모자간의 친밀도가 낮을수록 결혼생활에 불만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것은 결혼기간이 늘어나면서 부부 당사자간의 활력과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부 모두 결혼만족도가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남편과 아내의 경우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남편은 비교적 긍정적인 시기로 보지만 아내는 그렇지 못하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인즉 중년기 여성들은 친구나 성장한 자녀를 주된 의논 상대로 여기는 반면 남성들은 연령이 증가하면서 배우자를 더욱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자들의 가족생활주기에 따른 연구에 의하면 중년기의 결혼만족도는 일반적으로 아래 그림과 같이 U자형의 곡선을 그리며, 결혼초기에는 높고 자녀 양육기에는 만족도가 낮아지며 자녀가 독립한 이후에는 다시 높아진다는 견해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ollings & Cannon, 1974).
전통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중년기나 노년기에는 성에 관한 관심을 보이면 안되며 성에 대해 기피하도록 기대되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은 성은 더 이상 금기시되어야할 주제가 아니며 특히 중년기 부부에게 생기는 성생활의 문제는 더 이상 회피할 문제가 아니며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일반적으로 중년기가 되면 생리적인 변화로 인해 남성은 발기의 문제, 여성은 폐경으로 인한 정서적 불안이나 질 분비물의 감소로 인한 부적절한 성관계 문제에 당면하게 되어 성관계는 점차 감소하게 된다. 반면 중년기 여성의 경우 자녀의 성장이나 독립으로 그리고 폐경과 더불어 신체적 정신적으로 책임감을 덜어주게 되어 성생활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욕구를 보일 수 있다.
출처: 이상복, "행복한 중년보내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