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라, 저 드넓은 자연속에 각자 빛을 내며 한자리 하고 있음을...
만약 저곳에 나무가 없었다면...만약 저곳에 강이 흐르지 않았다면...
그리고 이 가을에 코스모스로 피어나지 않았다면...이런 장관의 그림이 나올 수 있었겠니.
눈이 시리게 푸르른 하늘에 구름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 누군가에 의해
이렇게 사진으로 찍히지 않았다면...이런 꿀처럼 달콤한 사진이 나올 수 있었겠니.
우리가 무엇으로 태어났든 무엇이 되어 어느 자리에 있던 그 몫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자연을 보면서 아주 작은 들꽃하나에도 큰 의미를 갖는단다.
사랑하는 내 딸아, 엄마가 하고 싶은말이 무엇인지 잘 알겠지. 넌 현명한 아이니까...
네가 원하던 고등학교에 들어갔고 그리고 대학에 들어갈 차례구나.
꽃처럼 피어날 나이에 책상에 앉아 엉덩이가 아프게 공부하는 너를 몇년간 지켜보면서
눈부신 나날을 도닦는 심정으로 침묵하며 해맑게 깔깔거리며 웃지 못하고 있음에 마음 저렸단다.
무엇을 위해서...어떤것이 되기 위해..그래야 했을까하고.
그러나 보아라, 우리가 보고있는 자연의 일부인 그어느것 하나 거져 피고 지는 것이 없고
의미없이 이세상에 일부로 존재하진 않는 것을....
최선을 다했으므로 후회는 없으리라 생각한단다.
수년동안 늦은시간에 너의 개인기사가 되어 집에 돌아왔던 나날이 꿈만 같구나.
어느날은 그냥 부모의 책임으로 어느날은 너무너무 졸리운 눈으로 졸면서 운전하기도 했고
어느날은 너도 고생이고 나도 고생이구나 생각한 적도 있고...
다 지나고나니....추억이 되는구나.
계속 고시원에서 공부했던 네가 어제 처음 학교에서 늦은 귀가를 한다고 해서
오랫동안 들락거리던 밤의교정앞에 서니...감회가 새롭더라.
거기서 서성이며 너를 기다리는 동안...달빛도 좋았고 밤공기도 좋았고..이제 꽃이지고
씨앗이 여물어 있던 백일홍, 분꽃등을 바라보던 일도...
너의 미래가 금빛 물결로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요즘은 지내고 있단다.
사랑하는 딸아,
수억의 생명체중에 너를 만나 인연의 고리를 엮고 네가 나의 딸이 되었으니
우리가 어디서 무엇으로 이 신비로운 자연에 섞여 있더라도
그 가진 몫에 최선을 다하며 피어난다면...정말 경이롭지 않겠니.
소망하는 일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설사 그리되지 않더라도
우린 그 무엇이 되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주 미약하더라도.
이제 며칠남지 않은 날들................우리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내자.
사랑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널 아프게 했던 날도 꽤 되어서 미안하구나.
가장 미안했던 날이 떠오르는구나...그 하얀 눈송이가 폴폴 날리던 날....
너를 내려놓고 돌아섰다가...다시 네 곁으로 돌아갔던 그날...그때가 가장 미안하단다.
너를 가장 슬프게 만들었던 날이었으나 너의 눈물로 다시 돌아간 날이기도 했다.
친구같은 내딸아....
이번 수능 마치면....우리 푹 쉬자. 놀러도 다니고...맘껏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면서..............소리내어 깔깔거려보자...약속~~~
사진 학마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