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스크랩] 행복의 빛을 찾아서...(르느와르 특별전 관람후기)

SangBokLee 2009. 9. 13. 19:27

각 시대별로 유행한 예술사조 나름대로 각각의 매력이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그리고 개인적으로도...19세기 인상파 회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명암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그림을 그린 카라밧지오의 그림을 좋아하는데...그 연장선이 바로 19세기 빛의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해 사실적으로 그리는 인상파회화라 그런지...마네, 모네, 르느와르와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좋아한다.

 

중세 르네상스 이후 이어지는 바로크 - 로코코 - 신고전주의 - 낭만주의 - 사실주의 - 인상주의 - 야수파 - 입체파 등등으로 이어지는 회화의 사조속에서 하나의 흥망성쇄를 이어간 일부에 불과할지 몰라도 예전에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본 인상파들의 회화는 무척이나 가슴속에 진한 여운을 남겼던터라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마침 서울에서 르느와르 특별전이 열린다 하여 진작에 가려하였으나 게으름과 이런저런 핑계로 가지못했다가 얼마전 서울광장에 김대중대통령 분향소에 헌화하러 갔다 걸려있는 르느와르 특별전 현수막을 보고 빨리 가야겠구나 싶어 주말에 가기로 했다. 마침 이벤트로 7-8월간 주말에는 24시까지 연장개관한다하고 야간에는 시립미술관건물을 대상으로 Light Show도 한다하니 겸사겸사 볼겸해서 밤에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사실 평소에 이런 전시회를 주말에 간다는건...그림을 보기보다는 사람에게 치이고 시달려서 짜증나기가 더 쉽다...그래서 밤시간은 조금 조용하겠지 싶어 택한 것이 주요하다.

  

 

시립미술관에 갔더니 마침 8시 정각이어서 미술관 건물을 대상으로 Light Show가 시작되었었다. 잠시 구경했는데 이것 구경하러 사람들이 제법 많이 왔더라...참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고...재미있었으나...르느와르의 그림을 마주해야 하므로 걸음을 건물안으로 옮겼다. 오디오가이드를 대여해서 전시관에 들어가서 가장 처음 나를 반겨 준 그림이 바로 이 그림이었다.

제목은 '그네' 1876년작이다. 이 작품은 르느와르의 초기 인상주의적인 모든 것이 집약되었다고 할 수 있는 대표작으로 빛이 나무사이를 뚫고 들어와 땅과 옷에 비취는 부분을 잘 포착해서 그런 빛의 변화를 잘 그려낸 그림이다. 물론 당시에는 어떻게 파란양복이 저렇게 빛을 받고 바닥이 빛을 받아 색깔이 다르고 얼룩덜룩할 수 있냐고 비판이 자자했지만...어쨌든...르느와르와 인상파의 대표작이라 하겠다. 빛에 대한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순간을 잘 포착해낸 것같다. 빛과 더불어 그것이 인물과 의상에 반영되어 그네를 타며 이야기하는 두 신사 반대쪽으로 얼굴을 부끄러운 듯 돌리며 발그레한 볼로 수줍은 듯 웃고 있는 아가씨의 모습이 참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그림 을 좌우로 파란양복입은 신사와 하얀옷을 입은 여인으로 색의 대비를 통해 세로로 안정감 있게 양분하고 있고...좌측하단의 아이의 모습이나 뒷모습 신사의 옷에 빛이 작용해 각각 다른 인상과 빛깔을 묘사한 것은 이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기법이었으리라...

역시나 인상파답게...뒷배경은 대충 뭉개버리는 센스까지 ㅎㅎㅎ 이 그림 하나로 19세기 후반 인상파 그림의 특징을 모두 볼 수 있을 정도로 꼭 챙겨봐야할 그림~!!!

 

 

1883년작 '시골무도회'로 위 '그네'와는 조금 달라진 화풍이 보인다 윤곽선들이 좀더 또렷해지고 부드러워졌다. 그림의 여인은 훗날 르느와르의 부인이 되고 춤추는 신사는 그의 친한 친구라한다. 즐겁게 춤추고 있는 아가씨의 모습과 르느와르가 좋아한 특유의 여성상(요즘말로하면 글래머 스타일)의 전형이라고 보면된다. 옷에 스팟과 디테일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신경쓴 것을 볼 수 있다. 르느와르 그림의 특징인 여성의 옷이나 모자, 꽃 등을 활용한 장식과 원색의 대비('그네'처럼 여기서도 파란색, 흰색...그리고 여자의 노란장갑과 빨간 모자 등) 그리고 오른쪽 아래의 모자를 그려놓되 뭉개버리는 센스도 ㅎㅎ 그의 그림의 전형을 닮고 있으면서도 변화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특히 좌측에 보이는 춤추는 남녀를 부러운듯 쳐다보는 여인네의 모습도 참...르느와르의 센스를 엿보게 한다 ㅎㅎㅎ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피아노 치는 소녀들(1892년 작)' 뭐...소녀들이 나온다고 좋아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변명하면 더 의심하겠지? ㅡㅡㅋ

당시 부유층의 상징이었던 피아노치는 소녀들을 잘 묘사했다. 이 그림은 프랑스 왕궁에서 그림을 부탁받고 그린 그림인데 실제 왕궁에 제출한 그림은 이 그림이 아니라 다음 버전이라고 한다. 이 작품도 두 소녀의 옷의 색깔대비, 피아노는 잘 그린듯 하다가도 막상 갈수록 배경과 함께 뭉개버리되 의자는 세밀히 묘사하는...그리고 두 소녀의 머리색깔 대비와 흰색옷 뒤의 파란 장식...이런 것들이 르느와르 그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난 어리고 예쁜 두 소녀가 나오는 이 그림이 좋더라...캬캬캬...이러다 변태소리 들을라 ㅡㅡ;;

 

 

요것도 '피아노치는 소녀들'인데...위 그림보다는 조금 지난 1897년 작이다. 같은 주제이면서 색의 대비나 이런 면은 상당히 유사하지만, 인상파의 특징은 많이 사라진 차이를 볼 수 있다. 분명한 윤곽선과 말끔한 처리...뒷 배경의 그림조차도 이젠 뭉개지않고 세밀하게 묘사한...그러나 특유의 빛에 의한 변화나 그의 화풍은 살아 있다. 위 그림과 대비해서 보면 나름 재미있다는...

 

 

이 그림은 '장미를 든 가브리엘(1911년 작)'로 르느와르집의 유모였던 가브리엘을 그린 그림이다. 르느와르는 전문모델보다는 지인들을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했는데...이 가브리엘은 후에 데데라 불리는 여인이전까지 르느와르 그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름 전속 모델이 된다. 가브리엘이 시집갈때까지 르느와르집에서 일하며 모델이 되어줬다고 한다.

 

 

요 그림도 나름 유명한 그림인데...'광대복장을 한 코코'이다. 르느와르의 둘째 아들이란다 ㅎㅎ 이 그림도 붉은 색과 흰색의 대비...검은모자와 눈빛깔의 조화...흰기둥으로 전체적인 구도를 잡는 등...그의 그림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특히나 붉은색의 표현에 아주 신경을 쓴 작품인듯 하다.(옷의 붉은 색뿐아니라 흰색 기둥뒤에 벽도 붉은색으로 하되 차이를 둬 전체적인 붉은색의 표현을 하려 한듯 하다. 특히나 이 작품의 붉은색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꼭 다리의 흰색 스타킹이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했다한다. 물론 우리의 코코는 흰색스타킹 안신겠다고 난리였다고...그걸 당근과 채찍으로 애를 야단치기도 하고 달래기도 해서...겨우 신게해서 그렸다나...그래서 자세히 보면...코코 표정이 약간 심통난 표정같다 ㅎㅎㅎ

 

 

'줄리마네의 초상' 이 그림은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회에서 내가 발견한 최고의 보물이랄까...순전히 내 기준으로...르느와르 그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느낌을 닮고 있다. 그의 그림은 늘 행복하고 기쁜 것을 모토로해서 그런지...그런 느낌을 담고 있지만...이 그림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붉은색이나 흰색의상이 아닌 검은 의상에 전체적인 어두운 톤...그리고 우수에 젖은 슬픈 눈동자...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슬픔과 우수가 내게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자꾸 돌아서고나서도 이 그림이 생각나는 건...그림속 주인공이 갖고 있는 그 정서와 나의 정서가 서로 닮아 연민의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바위위에 앉아있는 목욕하는 여인'으로 유사한 시리즈의 그림을 르느와르는 많이 남겼다. 르느와르는 앞에서 말한 글래머러스한...여인을 아름다운 여인이라 생각하여 사람의 순수한 몸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그의 이런 누드화를 바라보고 있자면 그 밝고 눈부심에 그냥 황홀해질 뿐만 아니라...사람의 순수한 몸이라는 것이 이렇게 아름답구나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작품 역시 앞에서 말한 인상주의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림으로...개인적으로는 위의 '줄리마네의 초상'과 더불어 이번 전시회에서 기억에 남는 그림으로 꼽고 싶다. 풍만한 여인의 몸매와 수줍은듯한 모습...그냥 처음 딱 보는 순간...아름답다라는 느낌이 드는...

실제 르느와르는 실내에서 이런 실외누드화를 그렸다고 하는데 실외에서는 시각에 따라 빛이 변하기 때문에 그랬다고 한다. 빛에 따른 변화를 중요시하는 인상주의화가에게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리라...

어쨌든 이 작품도 개인적으로 강추~!!

 

 

이 그림은 너무나도 유명한 '바느질하는 마리테레즈 뒤랑뤼엘'이다. 그냥 딱 보는 순간...와~!하고 탄성이 나오는 그림...화려한 색채의 조화와 대비...그 속에서 살아있는 듯한 여인의 옆모습과 바느질에 몰두하고 있는 그림...다른 설명을 안해도 아름다움을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꼭 감상해야 할 그림~!!!

 

 

이 그림은 '레 꼴레트'로 그의 말년에 해당하는 1908년 작이다. 말년에 그는 관절염으로 붓조차 제대로 들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힘들었지만...그의 평소 그림은 즐거워야하며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해야한다는 철학을 반영한 그림이라 할 수 있는...평화롭고 아름답고 푸근한 풍경화이다.

르느와르는 평소 풍경화나 정물화를 잘 그리지 않았다. 이런 그림은 인물화를 그리기위한 도구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그의 인물화속에 잘보면 소품이나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들을 그리기 위해 바로 풍경화나 정물화를 그려 연습했다 한다. 그리고 빛에 따른 색의 변화를 연구하기 위한 용도기도 했다.

르느와르가 중간에 화풍의 변화를 겪기는하지만...이 그림은 오히려 말년에 다시 초기의 화풍의 채취를 느낄 수 있는 추억이 서려있는 듯한 느낌이랄까...몇 안되는 르느와르의 풍경화라 더 유명한 작품이다.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그림~!

 

더 많은 그림이 있었지만...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본 그림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화가의 전시회가 이렇게 많이 열린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고 축복이라 생각한다.

 

잠시였지만...밤시간 미술관에서 이렇게 조용히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그림과 마주하며...백년전 화가와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요즘...너무 즐겁다.

그런데 학교 다닐때...왜 난 미술을 그렇게도 못했을까 ㅠ.ㅠ

 

깊어가는 가을...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시립미술관에 가서 꼭 한번 르느와르전을 보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출처 : Pain-Killer
글쓴이 : 아스피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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