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고 동문들은 요즘 기분이 좋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충북 지역 ‘빅 3’ 자리가 모두 청주고 출신들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시종 충북지사(39회), 이기용 교육감(36회), 한범덕 청주시장(44회)이 그들이다. 청주고 출신들이 도내 주요 기관장을 맡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빅 3’를 동시에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교와 동문회는 학교 정문과 시내 곳곳에 3인의 당선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청주고 출신들은 18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에서도 저력을 발휘했다. 29회의 홍재형 의원이 부의장에 선출되었고, 40회 변재일 의원은 교육과학기술위원장에, 46회 김영환 의원은 지식경제위원장을 맡았다. 천안함 사건 이후 이루어진 군 인사에서는 현역 군인 서열 1위인 합참의장에 한민구 대장(43회)이 기용되어 후배들이 한층 고무되어 있는 분위기이다. 고교 평준화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청주고가 전통적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고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내무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내무부 본부 근무와 임명직 충주시장을 역임한 그는, 민선 충주시장으로 세 차례 당선된 경력으로 17대 국회에 나갔고 18대 국회 임기 도중 민주당 후보로 나서 한나라당의 정우택 전 지사를 물리쳤다.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은 30년 넘게 도내 각급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교육감으로 연임된 교육 전문가이며, 행정자치부 차관 출신의 한범덕 충주시장은 고교 7년 선배인 남상우 전 시장(37회)을 누르고 당선되었다. 한민구 신임 합참의장은 국방부 국제협력관과 정책기획관을 지낸 전략통이면서 수도방위사령관, 육군참모차장-총장으로 이어지는 핵심 야전 지휘관을 거쳤다. 육사를 졸업한 후 서울대 서양사학과에서 공부하고 육사 전사학과 교수로 2년간 후배들을 가르친 경력을 갖고 있다. 총장으로 재임 중이던 올 초에는 ‘장병 부모님께 드리는 새해 인사’를 육군 홈페이지에 띄워 수많은 부모로부터 호응을 얻는 등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924년 청주고등보통학교로 개교해 86년의 역사를 지닌 청주고는 83회 졸업식까지 2만6백71명의 수재들이 거쳐갔으며, 그중에는 걸출한 인물들이 많다. 김덕주 전 대법원장과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박맹호 도서출판 민음사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단짝 친구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원장은 서울에서 경동고를 다니다 청주로 피란을 가 청주고 졸업장을 받았다. 남 전 장관은 서울대 의대 예과를 다니다 중퇴하고 다시 시험을 치러 서울대 법대를 다닌 언론인 출신이다. 왜 진로를 바꿨느냐는 질문에 “당시 바람이 불었던 것 같다”라고 압축해 말한다. 법대로 전과 또는 재입학한 네 명과 정치학과나 사범대로 간 친구들을 합쳐 의예과 1백20명 중 10명 정도가 의사의 길을 중도 포기했다고 한다.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굶어 죽지 않을 직업’이 의사·변호사·목사 ‘3사’라는 말이 있는데, 법대를 졸업하고 기자의 길을 택했으니 ‘3사’를 피해간 형국이다. 소설가 고 이병주씨가 “당신이 할 뻔했던 의사, 변호사라는 게 늘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직업인데 그걸 면했으니 다행이 아니냐”라고 말해 같이 웃었다는 일화를 들려준다. 독서와 고서(古書) 수집이 취미인 그는 한국일보 기자를 시작으로 조선일보 문화·정치부장과 논설위원, 서울신문 편집국장, 주필로 20년간 언론인 생활을 하고 10~13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곤궁 속에 살았던 개발 시대, 정·문화계 인사들과 술에 얽힌 풍류를 담은 <언론·정치 풍속사> 등 몇 권의 저서를 오랜 지기인 박맹호 회장의 민음사를 통해 출간했다.
청주고, 정·관·재계에 명사 두루 포진 박맹호 회장은 국내 단행본 출판을 대표하는 민음사의 설립자이다. 1966년 문을 연 민음사는 황금가지, 비룡소, 사이언스북스, 황금나침반을 포함해 5개의 자매 출판사를 운영하는 국내 최고의 출판 그룹이다. 민음사가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것은 1977년 ‘오늘의 작가상’을 제정하면서부터다. 한수산의 <부초>, 박영한의 <머나 먼 쏭바강>,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등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 수십만 부씩 팔리는 슈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문열 삼국지>는 1천5백50만부가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딸 박상희 비룡소 사장을 비롯해 경제학을 공부한 박근섭, 공대를 졸업한 박상준, 두 아들 모두가 출판업에 뛰어들어 아버지에 버금가는 센스와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민음사를 ‘맹호사단’, 이곳에서 편집자로 경력을 쌓은 후 독립 출판사를 차린 사람들을 ‘맹호부대원’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출판계의 보증수표라는 말을 듣는다.
정종택 충청대 총장은 내무부 토목국의 촉탁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행정부와 국회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경력으로 관계(官界)에서 신화를 일군 인물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 정무비서관 겸 새마을운동 담당 비서관의 중책을 맡았고, 이어 내무부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41세에 충청북도 도백(道伯)에 기용되었다. 10·26 사건으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강원도 사북 사태를 처리하는 노동청장으로 일했고 농수산부장관, 정무장관, 환경부장관 등의 요직을 거쳤다. 국회에서는 11~13대 의원으로 예결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타고난 근면성과 건강 관리, 친화력이 바탕이 되었다. 현재는 충청대 초대 총장을 맡고 있다. 안병우 전 충주대 총장은 서울대 법대 졸업 후 행정고시를 통해 경제기획원에 몸담은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예산실장(1급)을 거쳐 차관급으로 상향 조정된 예산청장을 맡은 예산통으로 외환위기 사태 극복에 부심했다. 이후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뒤 충주대 총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위해 애썼다. 안총장은 중후한 인품으로 주위에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청주고 출신 법조인 가운데 매우 특이한 인물이 있다. 강봉수 전 서울지방법원장이 바로 그이다. 사법부의 요직인 서울지방법원장을 퇴직한 강변호사는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다던 소년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 이맘때쯤 연봉 수억 원대의 대형 로펌 변호사 자리를 박차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지난해 가을 학기부터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열 군데 중 하나인 UC머시드 대학 석·박사 통합 과정에 입학해 ‘물리학도 강봉수’로서 생활하고 있다. 그와 절친한 지인은 “강변호사가 청주고에 다닐 때 이과반이었는데, 물리학을 전공해 노벨상에 도전해보고 싶어 했다”라며 “청주고 화학교사이던 선친이, 성적이 우수하니 법관이 되면 좋겠다고 해 진로를 바꿨다”라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강변호사는 지인들에게 “꼭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싶다기보다 어릴 때부터 생각했던 물리학도의 꿈을 이루어보고 싶을 뿐이다”라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1955년 괴산 출신으로 청주고 46회 졸업생인 김영환 의원은 상당한 인생 유전을 겪은 인물이다. 주방장의 아들로 고교 진학 때 동네 사람들이 입학금을 마련해주었을 만큼 가난한 성장기를 보낸 그는 연세대 치대를 나온 치과의사이다. 유신 체제가 시작된 이듬해 시작된 그의 대학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본과 3학년 때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되어 서울구치소에서 2년여를 보냈다. 1979년 복학했지만, 이듬해 광주 민주화운동이 터지면서 다시 수배자 신세가 되었다. 이때부터 10년 가까이 공사판을 전전했다. 입학한 지 15년 만인 1988년에야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본격적인 정치 활동은 새정치국민회의 발기인 겸 부대변인으로 참여한 1996년부터다. 경기 안산 갑에서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능과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이라며 그를 과학기술부장관 자리에 앉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열린우리당 참여를 마다하고 옛 민주당에 남았지만 17대(구 민주당), 18대(무소속) 총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2009년 치러진 재·보선에 경기 안산 상록 을 지역구의 민주당 후보로 나서 금배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18대 국회 후반기 지식경제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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